위암 수술 후 회복 빨라지고 통증 줄었다…서울대병원 교수 비결은
'수술 후 회복 향상 프로그램' 임상 통해 효과 입증
국내 네 번째로 흔한 암…"회복 시 환자 부담 컸다"
- 강승지 기자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위암은 우리나라에서 네 번째로 흔한 암으로, 조기 발견되거나 림프절 전이가 동반된 경우 근치적 절제 수술이 핵심 치료법이다. 최근 대부분의 위암 수술은 복강경이나 로봇을 이용한 최소침습 방식으로 시행되고 있으나 회복 과정에서 환자의 부담은 여전히 크다.
서울대병원 연구진이 복강경 또는 로봇을 이용한 위암 수술 환자에게 '수술 후 회복 향상 프로그램(ERAS)'을 적용한 결과, 수술 후 회복의 질이 유의하게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통증과 마약성 진통제 사용량이 줄었으며, 입원 기간도 단축되는 효과가 확인됐다.
병원의 위장관외과 박도중 교수와 마취통증의학과 이호진 교수 연구팀은 국내 임상 환경에 맞춘 최소침습 위암 수술 전용 ERAS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그 효과를 평가한 결과 이같이 확인됐다고 10일 밝혔다.
교수팀은 지난 2023년 2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복강경 또는 로봇 원위부 위절제술을 받은 위암 환자 총 92명을 대상으로 전향적 무작위 대조군 임상시험을 진행했다. 환자들은 ERAS군(45명)과 기존 치료군(47명)으로 나눠 치료받았다.
ERAS는 수술 전후 환자의 빠르고 안전한 회복을 돕기 위한 근거 기반의 다학제적 관리 전략이다. 유럽을 중심으로 대장암, 간담도암, 폐암 등 다양한 암 수술 분야에서 표준 치료로 자리 잡았으나, 아시아에서의 효과는 명확히 입증된 바 없었다.
이번에 적용된 ERAS 프로그램은 △수술 전후 금식 최소화(수술 전 탄수화물 음료 섭취 포함) △초음파 유도 복부 신경차단술 △비마약성 진통제를 포함한 다중 진통 전략 △구역·구토 예방 관리 등으로 구성됐다.
기존의 마약성 진통제 중심 통증 관리에서 벗어나 근거 기반의 통합 회복 전략을 구현한 게 특징이다. 적용 결과 수술 후 회복의 질을 평가하는 'QoR-15K 점수'(한국어판 회복의 질 평가 설문지, 총점 0~150점)에서 ERAS군은 기존 치료군보다 평균 16점이 더 높았다.
다른 평가 지표에서도 ERAS군은 전반적으로 더 나은 회복 양상을 보였다. 수술 후 48시간 기준 기침 시 통증 점수는 기존 치료군이 평균 5점이었던 반면, ERAS군은 3점으로 낮았고, 수술 후 72시간 동안의 마약성 진통제 사용량은 기존 평균 대비 40%가 줄었다.
장기능 회복을 반영하는 점수는 수술 후 24시간 기준으로 기존 치료군은 평균 3점, ERAS군은 1점으로 개선됐으며, 첫 가스 배출까지 걸린 시간도 ERAS군에서 평균 21시간 더 빨랐다. 전체 입원 기간 또한 ERAS군이 평균적으로 1일 짧았다.
연구팀은 이번 결과를 통해 ERAS 프로그램이 위암 수술 환자의 회복 질을 효과적으로 향상시킬 뿐만 아니라, 기존의 과도한 금식과 마약성 진통제 중심의 관리 관행에서 벗어나 보다 효율이고 안전한 회복 모델로 전환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평가했다.
입원 기간 단축을 통한 사회·경제적 비용 절감 효과도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이호진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보다 근거 기반의 주술기 관리 전략이 효과적임을 확인했다. 앞으로도 회복의 질을 중시하는 새로운 수술 관리 기준을 정립하는 데 기여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박도중 교수는 "이번 임상시험은 위암 환자에 특화된 ERAS 프로그램의 효과를 무작위 비교 방식으로 입증한 중요한 연구"라며 "향후 이 프로그램이 국내 위암 수술의 표준 진료 지침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정책적 기반 마련에도 힘쓰겠다"고 전했다.
위암은 우리나라에서 네 번째로 흔한 암으로, 조기 발견되거나 림프절 전이가 동반된 경우 근치적 절제 수술이 핵심 치료법이다. 최근 대부분의 위암 수술은 복강경이나 로봇을 이용한 최소침습 방식으로 시행되고 있으나 회복 과정에서 환자의 부담은 여전히 크다.
이번 연구는 보건복지부와 국립암센터가 지원하는 암정복추진연구개발사업의 일환으로 수행됐으며,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국제 수술 저널'(International Journal of Surgery) 최근호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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